
전북문인협회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한민족 역사 따라 잡기 2탄’이라는 주제로 백두산 답사를 하고 돌아왔다. 백봉기 회장을 비롯한 29명의 회원이 나흘 동안의 일정을 동행했다. 협회는 지난해 대마도 탐방에 이어 2년 연속 해외 탐방을 추진하며 역사와 문학의 접점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16일 오전 9시 25분, 기행단은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현지 시각 10시 50분경 중국 연길 공항에 도착했다. 문학기행단은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인 가운데 곧장 현지 탐방 일정에 돌입했다.
첫 일정은 도문 지역의 강변촌 일대에서 진행됐다 기행단은 두만강 공원을 거닐어 보면서 일광산 전망대에 올랐다. 한 기행단은 “길지 않은 교각 하나 건너인데 누구 하나 반기는 손짓도 찾아볼 수 없는 북한 땅 남양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분단의 시름을 달랬다. 이후 숙소가 위치한 연길로 귀환해 첫날의 여독을 풀었다.
다음날 일정(17일)은 용정(비암산 일송정)-윤동주 생가와 문학관-청산리대첩 기념비 방문으로 이어졌다.
첫 방문지인 비암산 일송정은 만주 벌판이 한눈에 펼쳐지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이자, 항일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장소이다. 일제가 용정을 강점했을 당시 일송정은 일본제국주의를 반대하는 항일투사들의 비밀활동지로 알려졌다.
일송정에서는 큰 글씨로 일송정(一松亭)이라고 새겨진 비석이 우뚝 서 있고, 새로 심어진 소나무 한그루를 볼 수 있다. 그 아래로는 중국 특유의 넓은 들판이 펼쳐지고, 푸른 해란강이 유유히 흐른다.
기행단은 선구자 노래를 합창하고, 시를 낭송했다. 독립투사 전적지는 우리나라의 광복회와 많은 조선족의 도움으로 잘 보존되고 꾸며져 있었다. 현재 연변에는 조선족이 20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이는 중국 전체 조선족 15%가 차지하는 조선족 자치구이다.

기행단은 다음으로 민족시인 윤동주 생가와 문학관을 방문했다. 윤동주의 생가와 문학관은 큰 규모로 이루어졌으며 깨끗하게 잘 단장되어 있었다.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시인의 집을 찾아서인지 일행 모두는 생가 마루에 앉아 사진도 찍고 시비에 새겨진 시를 읊었다. 이어 기념관으로 들어가 전시물과 영상도 보고, 흉상을 어루만져도 보고, 특히 윤동주 시인의 길을 따라 걸으며, 떠날 줄 모르는 감회가 마음속에 깊이 스며들었다.
다음에는 연변 송화평으로 이동해 청산리대첩 기념비를 찾아 용감했던 독립군 전사들의 넋을 기렸다. 화룡에서 서고성 반일투사 3명의 묘지를 참배했다.
그리고 일행은 탑사의 본래 목적지인 백두산 천지 등정을 위해 장백산 입구 마을에서 숙소를 잡았다.
그러나 오후부터 기상이 악화돼 비바람이 몰아치고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고, 결국 천지 탐방로가 폐쇄되고 있다는 가이드의 통보를 접하고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떨치지 못한 채 무거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마침내 오랜 꿈이 현실이 되는 날이 밝았다. 백두산 천문봉에 올라 천지(天池)를 굽어보는 그날 아침, 일행은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장백산 입구를 출발했다. 탑사의 본래 목적이자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천지 등정을 위해, 백두산 검문소 통관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갈아타고 약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장백폭포 앞이다.
하지만 자연은 순응하지 않았다. 전날부터 내린 눈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고, 간헐적으로 빗방울이 흩날리며 백두산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끝내 탐방로를 허락하지 않았다. "세 번을 와야 한 번,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 번 천지를 볼 수 있다"는 속설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장백폭포 위로 어렴풋이 드러난 천문봉의 실루엣은 안개에 가려 있었지만, 그 속에 숨겨진 천지의 존재는 오히려 더욱 신비롭게 다가왔다. 마치 거대한 두 기둥이 하얗게 솟아오른 듯한 폭포의 위용과, 그 위로 아련히 보이는 천문봉의 봉우리는 백두산의 위엄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여러분! 여기까지 함께 올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백봉기 탐사 대장의 짧지만 진심 어린 인사에 일행은 서로를 감싸 안으며 그간의 여정을 되새겼다. 말로 다 하지 못한 감회는 뜨거운 눈빛과 환한 웃음으로 이어졌다.
이날 오후, 산에서 내려온 일행은 연길 시내를 다시 한 번 둘러봤다. 기행단은 아쉬움과 만족이 뒤섞인 채 연길에서의 마지막 밤을 조용히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