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만경평야가 꽉 찼다. 눈 닿는 곳 모두,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침 넘어가는 음식 냄새로 가득했다. 제27회 김제 지평선 축제 이야기다. 긴 추석 연휴를 맞아 콘텐츠를 고민하던 기자는 가족들 모두를 데리고 직접 벽골제를 찾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모두가 만족한 선택이 되었다. 단어 그대로 남녀노소가 모두 즐거웠던 김제 지평선 축제 취재 후기를 기록한다.
1일차, 더위를 이기는 놀거리
나름 서둘렀는데도 이미 선객이 많았다. 가까운 주차장은 모두 차서 각설이 공연장 쪽에 주차를 했다. 오전에 이미 햇볕이 심상찮게 뜨거웠지만 축제장까지 걷는 길은 쾌적했다. 꽃으로 장식된 길을 따라 축제장에 발을 들였다.
가장 먼저 종합 안내소에서 미아보호 목걸이를 만들어 아이들의 목에 걸었다. '김제 경찰서와 함께하는 김제지평선축제'라고 적혀있었다. 다음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먹거리 장터 쪽으로 입장하는 곳에선 이러한 부스를 찾지 못했다. 입구마다 있었으면 어땠을까. 싸리콩이 스탬프 투어 카드를 들고 본격적으로 축제에 참가했다.
싸리콩이게임을 예약하지 않았다는 원성을 들으면서, 중앙광장과 쌍룡광장을 거쳐 싸리콩이 빌리지로 이동했다. 싸리콩이게임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축제 감성에 맞는 민속놀이로 재해석한 체험형 콘텐츠다. 9일과 국내 대항전과 10일 글로벌 대항전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국적과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무대로 참가자에게는 기념 티셔츠와 지역 상품권이 증정되며, 국내 대항전 우승자에게는 순금 1돈의 특별한 시상도 예정돼 있었다고 했다. 이날 축제장 곳곳에서 싸리콩이게임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궁이쌀밥 체험을 극적으로 신청했다. 오후 3시에 다시 방문키로 하고, 일단 꼬치를 구워 허기를 채웠다. 떡볶이까지 야무지게 섭취한 뒤 메뚜기 잡기 체험장으로 향했다.
어른도 아이도 동심으로 돌아가 잠자리채를 휘두르며 시간을 보내고, 북적이는 쳥년공간 '잼매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청년소통플랫폼 '이다'를 중심으로 다양한 부스가 모두의 발길을 붙잡았다. 축제에서 지역 청년들이 많고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은데, 김제는 그 어려운 것을 해낸 것 같다. 딸은 쌀을 활용한 공예 머리핀을 하나 사서 머리에 꽂으며 흥을 올렸다. 오후 두시부터 시작된 '쌀 포대 나르기' 게임에도 온 가족이 참여해 추억을 만들었다.
서울 광진구에서 왔다는 최 모 씨(40)는 "아이들이 할 만한 다양한 경험이 많고, 먹을거리가 정말 다양해서 놀랐다"라고 전했다.
고사리 파스타와 소금빵 등으로 배의 빈 곳을 쉬지 않고 채우다가 아이들의 요청으로 '달고나' 만들기를 하러 가던 중, 스탬프를 찍기 위해 이동한 곳에서 뜻밖의 이벤트를 마주했다. 김제 내수면 어류박람회장에서 맨손으로 고기 잡기 체험을 한단다. 향어와 메기를 잡으면, 향어회나 메기만두로 바꿔준다는 말에 아이들은 물론 기자도 신청을 해서 뛰어들었다. 노렸던 메기만두 획득엔 실패했지만, 향어회를 양손 가득 들고 돌아갔다. '쌀포대 나르기'게임에서 패해 입이 댓발이나 나와있던 아들은 제 몸만한 고기를 안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며칠 뒤 아들이 이 축제 최고의 체험으로 꼽은 순간이다.
어느새 아궁이쌀밥 체험 시간이 되었다. 몸은 하나인데 즐길 거리가 끝이 없다. 갓 지은 쌀밥은 입에서 녹아 사라졌다. 식사 중 서비스로 찍어준 즉석 사진은 지금도 우리 집 식탁을 장식 중이다.
먹었으니 배를 꺼뜨릴 때가 되었다. 아이들은 아까부터 눈여겨보던 지평선 키즈파크로 자석처럼 끌려갔다. 에어바운스를 비롯해 실컷 몸을 쓰며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부모들에겐 모처럼 잠깐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어느새 해가 지평선 끝에 걸렸다. 서둘러 그 순간을 담으려 전망대로 향했다. 구름이 가득 채운 하늘과 지평선 사이에서 빨간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 모두 말을 잊고 그 풍경에 몰두했다.
'빛으로 시작해 빛으로 완성된다'라고 김제 시청이 자신할 만한 지평선 축제의 밤은 아이들이 어린 탓에 오래 즐기진 못했다. 대신 추억으로 나른한 몸을 이끌고, 졸린 눈을 비비며 내일을 기약했다.
2일차, 남은 배가 없어서 아쉽다
조금 더 일찍 출발해 청룡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날의 목표는 먹거리로 잡았다. 전날 한나절을 꽉 채워도 전통마당 쪽으로는 거의 구경도 못한 탓이다. 딸과 아들이 저마다 목공예 체험을 하고, 짚라인을 타는 동안 맛집 장터를 살펴봤다. 읍면동 특화음식과 관내 대표 맛집이 가득한 지평선 맛집 장터는 행복한 고민의 장을 열었다.
쑥 인절미로 시작해 다양한 음식을 맛봤다.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 남은 배가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지평선몰에서 쌀을 비롯해 몇 가지 쇼핑을 하면서 축제 체험을 마무리했다. 여기에 미처 다 적지 못한 즐길 거리, 먹을거리가 펼쳐졌다. 다만 분명히 말해둘 것이 있다. 주의하시라, 하루에 만끽하긴 불가능하다. 이런 '꽉 찬'축제는 전국적으로 드물다.
칭찬해요! 4가지
1.김제지평선축제를 빛낸 것 중 하나는, 만나는 모두가 놀랄 만큼 친절했다는 사실이다. 부스, 운영진, 자원봉사자, 아르바이트생 할 것 없이 더운날 웃음과 함께 관람객을 맞았다. 특히 더운날 불 앞에서도 그보다 더 따뜻한 응대를 해 주셨던 아궁이 쌀밥 체험장과 지평선 굽스에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2.먹거리의 가격이 합리적인 것은 김제지평선축제를 다시 찾을만한 아주 중요한 요소다. 최근 바가지 논란으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이틀간 벽골제에서 먹은 어떤 음식도 돈이 아깝지 않았다. 여담으로, 우리 가족이 꼽은 최고의 음식은 신풍동 소머리국밥이다.
3.김제 지평선축제는 하루에 다 보기 아쉬운 축제니 만큼 숙박의 필요성이 크다. 원래 혼자 취재를 떠나려다 가족들이 함께한 탓에 예약을 아주 일찍 하지 못했음에도, 김제 시내의 숙소 역시 무척 합리적인 가격으로 운영됐다. 공영주차장 옆이라 주차공간도 충분하고, 친절함과 깔끔한 서비스가 덤이었던 김제스테이201을 추천한다.
4.김제 시내 곳곳과 연결된 셔틀버스도 지평선 축제의 좋은 점으로 손꼽혔다. 기자는 자차를 이용하였기에 취재는 인터뷰로 이뤄졌다. 셔틀버스 이용객들은 '주차 스트레스가 없어서 좋다''술을 마음놓고 마실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배차간격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라며 호평했다.
아쉬워요! 2가지
1.높은 수준의 축제 운영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있었다. 화장실 안내다. 화장실이 숫자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으나, 화장실의 위치를 알기가 쉽지 않았다. 물어물어 찾아가기 전, 눈에 띄는 안내 표지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2.서울, 인천 등지에서 오직 지평선 축제를 위해 김제를 찾은 이들도 꽤 있었다. 다양한 기념품들 중 '김제'를 대표할 수 있을만한 기념품을 쉽게 찾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좋겠다 싶다. 여행마다 냉장고 '마그넷'을 모으는 딸이 결국 김제 마그넷은 찾지 못하고 말아 아쉬워했다는 후일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