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료실에서 자주 마주하는 장면이 있다.
고양이의 체온이 살짝만 올라가도 밤새 잠을 못 잤다며, 강아지의 식욕이 줄었다고 눈물짓는 보호자들. 때로는 “저보다 이 아이가 더 중요해요”라며 진심을 털어놓는 이들도 있다.
언뜻 보면 지나치다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애착은, 사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마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 이토록 많은 사랑을 쏟는 이유는 단순히 귀엽고 충성스러워서만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대체 애착 대상’ 혹은 ‘무조건적 수용의 경험’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애착을 맺고 정서적으로 연결되길 원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관계가 빠르게 바뀌고, 감정의 표현조차 조심스러운 시대다. 그 속에서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말없이 다가와 주고, 조건 없이 사랑을 주며, 판단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준다.
특히 외로움과 정서적 고립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정서적 지지자, 가족, 혹은 자아의 확장이 된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대인관계의 대체 모델’로 보기도 한다. 반려동물과의 교감은 실제로 사람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옥시토신과 같은 ‘사랑 호르몬’을 증가시켜 심리적 안정을 돕는다. 그래서 보호자들은 동물에게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자신이 지닌 사랑과 돌봄의 본능을 실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또한, 반려동물은 일상의 리듬을 만들어 준다. 먹이 시간, 산책 시간, 병원 진료 등으로 꾸준한 루틴이 형성되며, 이는 우울감이나 불안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한 생명을 돌보는 행위는 주체성을 회복하고, 삶의 의미를 느끼게 만든다.
우리는 반려동물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만나고, 관계의 본질을 되돌아본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들은 마음을 가장 깊이 읽어주는 존재다. 진료실에서 “이 아이 없었으면 제 삶이 무너졌을 거예요”라는 고백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것은 한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방식이다.
우리가 반려동물을 향해 보내는 깊은 애정은, 결국 인간 내면의 따뜻한 본성과 연결되어 있다. 돌보고 사랑하며 마음을 나누려는 그 본능이, 고요하지만 강하게 우리를 살아가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특별한 관계를 지켜보며,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를 다시금 느끼며 누군가의 사랑스럽고 경이로운 한 생명을 또 마주하는 일상을 보낸다.
약력:
(사) 기윤실 NGO 시민단체 간사역임 (전) 서울시 수의사회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역임
(전) 서울시 강북구 수의사회 회장 역임
(현) 전주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