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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국립공원 – 지정 50년, 덕유산에서 그 길을 묻다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 폭염을 예고하는 초여름 선발대가 몇 차례 다녀갔지만, 예년보다 일찍 시작한 장마전선 앞에 꼬리를 내렸다. 한반도의 6월은 북극 한기의 잦은 유입으로 덕유산 설천봉이 최저 기온 (약 5℃)을 보인 날이 많았다. 정상부 한기는 골바람을 타고 하강하여 초여름의 무주구천동은 상쾌하다 못해 서늘했다. 동일 위도의 미국 중동부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때아닌 6월 폭염이 엄습해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지극히 대조적이다.

 

무주구천동은 아직까지도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난다. 전국에서 몰려든 피서객들로 상가와 펜션 주변은 밤늦게까지 북적인다. 2010년까지 무주구천동을 찾는 탐방객수는 연간 62만명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19년 코로나 유행 이후 구천동 관광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어 2024년 탐방객수는 2010년 대비 70% 급감한 19만명으로 집계되었다.

 

자연특별시 무주군은 사라진 관광객 발길을 돌리기 위해‘2024년 무주방문의 해’를 지정하고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하고 지역사회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지자체 노력만으로 극적인 반등을 이루기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의기소침할 겨를 없이 희망적 분석을 토대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지역에서 일하고, 소비하고, 머무는 사람들을 뜻하는‘생활인구’확산을 꾀하는 것이다. 새로운 인구유입 전략으로‘사는 사람’만이 아니라,‘오가는 사람’,‘머무는 사람’까지 관리하겠다는 전략인데 주민등록 인구 2만만명 조금 넘는 무주에서 2024년 여름 한철 34만명이 머물렀던 현상에 주목한 것이다.

 

실천방안으로‘2025 전북야행명소 10선’공모를 통한 관광 시간대 확대와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재조명하는 인문, 역사산책 기행을 만들어 문화 경쟁력을 높이자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그럼 지역사회에서 국립공원의 역할은 무엇일까? 국립공원은 태생이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는 보호지역이다. 자연과 문화를 책임 있게 경험하며 생태보전에 기여하는 생태관광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관광정책을 실천한다. 하지만 교통이 불편하고, 생태관광 소재가 부족하고, 자연풍경 감상과 상반되는 규제가 앞선다면 아무리 매력적인 자연경관을 갖더라도 다시 방문하고픈 매력은 상실된다.

 

요즘 TV에서‘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란 여행 프로그램을 보고 왠지 묘한 뭉클함을 맛봤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시청자가 이 방송을 보고‘위로됐다’, ‘눈물이 난다’등 반응이 쏟아졌다. 무엇이 시청자들에게 반향을 일으켰을까? 어느 통찰가는 이 프로그램은 계획도 없고, 편집도 없고, 감정도 강요하지 않는다고 해석하였다. 현대인은 이제껏 계획되고 설계된 콘텐츠를 통해 지난친‘감동 피로’, ‘리액션 피로’에 시달렸는데 무의미한 반복 일상이나 실패와 어색함을 시청하며 오히려 정서적 ‘안정’과 ‘해방’을 맛본다고 한다.

 

어쩜 우리는 너무 유명한 장소에서의 기분전환을 위해 단시간 머물며 꽉 채워진 관광행태에 식상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 지방의 오래된 숙소의 위생 상태를 걱정하고 바가지요금을 경계하는지도 모른다. 과거 관광이 배우고 경험하기 위한 목적의 무작정 떠남이었다면, 자신의 가치관과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는 호기심과 경험적 학습 요구가 강하여 자기 계발적인 가치를 담는 인사이트 투어를 선호한다.

 

덕유산국립공원은 기후변화와 지방소멸 그리고 MZ세대들의 문화코드를 반영한 지역사회 주도의‘지속가능 여행 문화 확산’에 앞장서려 한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자연을 재생시키고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지속가능한 여행안내서 제작’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제작하는 여행안내서는 지속가능성, 즉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경험을 찾아나서는 작업이다. 덕유산 일원의 자연과 환경, 공동체와 지역문화를 소개하고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현지인들의 삶의 장소를 미리 탐험한다.

 

이를 위해 무주, 거창 등 덕유산국립공원 인근 지역에서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여행작가로 참여한다. 친환경 농법으로 로컬푸드를 생산하는 농가, 일회용품을 줄이는 숙소, 마을 고유의 역사·전통 가치를 알리는 시민단체, 국립공원 자원봉사자 등 총 10팀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골살이에 숨겨진 지속가능한 여행 방법을 기획하고 체험한 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안내서 원고를 작성한다.

 

지역 고유 역사·전통 가치 전파를 위한 지역축제, 특산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 일자리 및 소득창출에 기여하는 농촌 체험프로그램,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립공원 외래종 관리 자원봉사, 친환경 방식으로 운영되는 지역민 운영 숙소 사용 등을 소개하며, 우리 지역을 다시 찾게끔 만드는 ‘지속가능한 여행(Sustainable Travel)’방법을 발굴하려 한다.

 

올해는 덕유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이 안내서는 국립공원공단이 지향하는 탄소중립과 ESG 경영의 실천 수단이자, 공단의 정책 및 사업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지속가능성과 연결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될 것이다. 덕유산국립공원이 50년 동안 한길만을 걸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국제 체육행사 유치를 위해 건설한 스키 슬로프는 어여쁜 덕유산 얼굴에 생채기를 남겼고, 단속과 규제가 있을 때마다 지역사회의 원망 가득한 눈빛과 욕설이 뒤통수에 꽂혔다.

 

그럼에도 우리는 울퉁불퉁 모난 길을 꾸역꾸역 가려 한다. 선조들이 말하기를 길에는 주인이 없어 그 길을 걷는 자가 주인이라 하였다. 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터전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고 주인 된 자의 사명이기 때문이다.